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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30 : 필사 일기
김보영 - 진화 신화

 

23년부터 시작한 소규모 필사/독서 모임

1월에 선택한 책은 김보영 작가님의 진화 신화


 

 

"본디 생물이란 환경에 적응하여 변화하는 것이니 신종을 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계통이 지나치게 안정하지 않은 까닭은 백성이 살기에 안정하지 않은 탓입니다. 자연이 간절한 뜻을 말로 다 전할 수 없으므로 요괴한 것을 뵤여주는 것이니, 이는 임금으로 하여금 두려워하고 반성할 줄 알게 하여 스스로 새롭게 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임금이 덕을 닦으면 화를 복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잠자코 듣던 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흉하면 흉하다 길하면 길하다 할 것이지 이미 요사스러운 것이라 말해놓고 다시 복이 된다는 것은 무슨 거짓말이냐?"

주위에서 말릴 틈도 없이 왕의 허리춤에서 칼이 빠져나왔다. 왕이 휘두른 칼은 사무의 목과 함께 주변 사람들까지 같이 베어내었다. 나는 그 순간 뒤돌아 달렸다. 등 뒤에서 개 짖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무수히 쏟아졌다. 나는 죽을 힘을 다 해 산을 달려 올라갔다. 절벽에 이른 나는 굽이치는 강물을 내려다 보았고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득한 높이에서 부딪힌 물은 땅처럼 단단했다. 강물이 나를 벌컥거리며 삼켰다.

 

- 2023년 1월 30일, 김보영 진화신화 45-46p

 

짧은 소감
삼국사기를 바탕으로 한 고전의 멋과 현대의 진화론이 어우러진 이야기였다.
진화 대한 독창적인 SF판타지로, 문학적인 종의 기원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김보영 작기 특유의 깔끔하고 수려한 묘사들이 좋았다.
 
진화 신화
『진화 신화』는 작가의 두 번째 단편집의 표제작이었던 단편의 회화성에 주목해 일러스트레이션 신장판으로 펴내는 단행본이다. 역사, 설화, 신화, 과학의 가설과 이론 등이 서로 맞물리고 중첩되는 가운데 펼쳐지는 ‘변신’ 이야기는 장르를 의식하지도 그에 끄달리지도 않으면서 가장 독창적인 장르 세계를 구축하는 김보영의 필치와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은 김홍림 작가는 소설 속 다섯 장면을 포착해 구상과 비구상, 고전과 현대가 갈마드는 미스틱한 화폭에 담았다.
저자
김보영
출판
에디토리얼
출판일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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